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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가 23개 달린 랜드로버가 나왔다. 그것도 중국 체리자동차와 손잡고. 딜러 친구가 단톡방에 한 줄 던진 게 시작이었는데, 집안이 정비 쪽이다 보니 "좋아 보이는 차"보다 "5년 뒤 어떻게 될 차"가 먼저 눈에 밟혔습니다. 자료를 뒤질수록 기대와 물음표가 동시에 쌓이는 차였습니다.

프리랜더가 돌아온 사연,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제가 처음 프리랜더를 접한 건 정비센터에서였습니다. 2000년대 중반, 길에서 종종 보이던 작은 랜드로버였는데 솔직히 평판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고장 이력이 잦았고, "랜드로버치고는 좀 아쉬운 차"라는 말을 정비사 아저씨들 입에서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 이름이 10년 넘게 단종 상태로 있다가 돌아온다고 하니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구조를 정리해 보니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이번 프리랜더는 재규어 랜드로버(JLR)와 중국 체리자동차의 합작 법인에서 나온 차로, 영국 본사 라인업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중국 시장 전용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합작(Joint Venture)이란 두 회사가 지분을 나눠 새 법인을 세우고 공동으로 차를 만드는 방식인데, 이 경우엔 체리가 플랫폼 엔지니어링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커뮤니티 안팎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프리랜더라는 이름을 쓰지만 실체는 체리 아키텍처에 가깝다는 해석인데, 공식 확인은 아니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MG는 원래 영국 브랜드였는데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인수해 영국 시장에 역수출하고 있고, 볼보는 지리자동차 품에 들어간 뒤 오히려 품질 평가가 올라갔다는 평을 받습니다. 브랜드 이름과 실제 엔지니어링 주체가 달라지는 흐름, 이게 자동차 시장에서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커뮤니티 한 분이 "LG 프라다폰 같다"고 비유한 게 인상적이었는데, 이름값과 실제 출처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얘기로 저도 공감했습니다.
사양 뜯어보니 — 화려함 뒤에 진짜 질문
제가 직접 영상을 돌려보며 눈에 들어온 부분은 외관 디자인보다 오히려 실용 쪽이었습니다. 차박을 9년째 다니면서 비포장 진입로를 수도 없이 밟아봤는데, 전동 사이드 스텝이 돌출됐다 들어가는 방식은 오프로드에서 진짜 문제가 됩니다. 바위나 둑에 걸리면 그냥 부서집니다. 이 차가 고정식 사이드 스텝을 택한 건 단순한 디자인 선택이 아니라 오프로드 실용성을 의식한 결정으로 읽혔습니다.
핵심 파워트레인은 EREV 방식입니다.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란 배터리로 모터를 굴리되, 배터리가 소진되면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로 전환해 전기를 충전하며 주행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경계를 허무는 구조라 분류가 애매해지고 있는 게 사실인데, 중국 기준 전기 단독 주행 거리는 최대 221km로 알려졌습니다. 800V 고전압 시스템도 적용됐는데, 800V 시스템이란 기존 400V 대비 충전 속도를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는 전기 아키텍처로, 최대 350kW급 급속충전을 지원한다고 소개됐습니다(출처: Jaguar Land Rover 공식 사이트).
주요 사양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6인승 3열 SUV, 높은 지상고로 오프로드 대응 설계
- EREV 파워트레인 — 전기 단독 주행 최대 221km(중국 인증 기준)
- 800V 시스템, 최대 350kW급 급속충전 지원
- 화웨이 계열 자율주행 시스템(ADAS) 및 라이다(LiDAR) 탑재
- 하만카돈 오디오, 스피커 23개, 헤드레스트 스피커 포함
- 터레인 리스폰스(Terrain Response) 기능, 마사지 시트, 글래스 루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양표만 보면 국내 동급 SUV보다 옵션 인심이 훨씬 후합니다. ADAS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을 뜻하는데, 이 차는 화웨이 계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합니다. 여기서 제가 머뭇거린 지점이 있습니다. 화웨이 시스템이 한국 도로 환경에서 인증받고 서비스될 수 있는지, 부품 수급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이 몇 년이나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전자 장비가 많을수록 5년, 10년 뒤 관리 비용이 올라간다는 건 정비 집안에서 자라며 몸으로 배운 교훈입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급속 성장 추이는 출처: IEA 글로벌 EV 아웃룩 2024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KGM 도입 전망 — 기대는 이해하지만, 확정은 아닙니다
영상 진행자가 "KGM이 이 차를 가져오면 렉스턴 후속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는데, 이건 바람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찾아봤을 때 한국 출시나 KGM 관련 공식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플랫폼 명칭인 T2X가 이 차에 적용됐는지조차 영상 진행자 본인이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 단계에서 렉스턴 후속 여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건 무리입니다.
그럼에도 이 흐름이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KGM은 체리자동차와 이미 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체리가 JLR과 합작한 이 프리랜더의 플랫폼과 기술을 이론상 KGM이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실제로 제 딜러 친구 말로는 요즘 고객들이 BYD 시승을 먼저 묻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합니다. 중국 브랜드가 생활 반경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합니다. 볼보가 지리 산하로 들어간 뒤 오히려 안전도 평가가 올라갔고, 국내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중국 자본이 들어간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낮게 보는 것도, 랜드로버 이름만 보고 무조건 신뢰하는 것도 둘 다 근거가 약합니다. 이 차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제가 먼저 따져볼 것은 보증 기간, 공식 서비스센터 수, 그리고 중고차 잔존가치입니다. 곧 가족이 늘면 3열 SUV가 필요해질 텐데, 그때도 이름보다 실제 정비 이력이 쌓인 차를 고를 생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형 프리랜더는 진짜 랜드로버 차인가요, 체리 차인가요?
A. 재규어 랜드로버(JLR)와 체리자동차의 합작 법인에서 생산하는 차입니다. 프리랜더 이름은 JLR 측이 제공하지만, 플랫폼 엔지니어링은 체리가 주도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영국 본사 라인업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중국 시장 전용 브랜드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Q. EREV랑 PHEV랑 뭐가 다른 건가요?
A. EREV는 가솔린 엔진이 직접 바퀴를 굴리지 않고 발전기 역할만 하는 방식이고, PHEV는 엔진도 바퀴를 직접 구동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두 기술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EREV로 분류하는 차도 상황에 따라 가솔린 엔진이 주행에 개입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Q. KGM이 이 차를 한국에 가져온다는 게 확정인가요?
A. 아직 공식 발표는 없습니다. KGM과 체리의 협력 관계가 있어 기술적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현 시점에서 한국 출시 확정 소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기대를 담은 추측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습니다.
Q. 화웨이 자율주행 시스템, 한국에서도 쓸 수 있나요?
A.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화웨이 계열 ADAS가 국내 도로 환경에서 인증받고 공식 서비스 체계를 갖출 수 있는지는 정식 출시 이후 인증 절차가 진행돼야 확인됩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 기간도 장기 구매 전 반드시 따져봐야 할 항목입니다.
결론
신형 프리랜더는 분명 눈길을 끄는 차입니다. EREV 방식의 221km 전기 주행, 800V 급속충전, 스피커 23개, 6인승 3열이라는 구성은 동급 국내 SUV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스펙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차를 보며 계속 머릿속에 걸렸던 건 "10년 뒤 이 차를 어디서 고치나"였습니다. 정비 집안에서 자라면서 화려한 첫인상보다 묵묵히 쌓이는 유지비와 수리 이력이 결국 차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걸 몸으로 익혔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이름보다 서비스망, 보증 기간, 부품 수급 체계를 먼저 따지는 습관이 있는 분이라면 국내 정식 출시 시점에 이 세 가지를 꼭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이 차를 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보류할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직접 타봐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겠습니다.